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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자립

영웅의 귀환이 아닌 성찰의 길을 묻다: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를 보고

by 웰에이징탐구소장 2026.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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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통해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을 마주했습니다. 명분 뒤의 현실, 영웅의 성찰과 속죄를 통해 운명 앞에서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질과 주체적 삶의 가치를 돌아봅니다.

 

 

맥주집에서 한국인 여자 2명이 오디세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화풍의 이미지

 

비가 강렬하게 쏟아지던 날, 멀리 용인에서 인생의 긴 여정을 함께 걸어온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함께 영화관을 찾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정말 오랜만에 오프라인 맥주집에 앉아 시원한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영화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멋진 여름밤이었습니다.

 

놀란, 고전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다

저는 이미 <인터스텔라>와 <오펜하이머>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났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유퀴즈에 나온 놀란 감독과 맷 데이먼의 인터뷰 외에는 어떠한 유튜브 영상도 보지 않고 갔습니다.

아이맥스 영화관은 이미 매진이라 일반 극장에서 보았지만, 놀란 감독의 말처럼 일반 영화관에서도 그의 열정이 담긴 완벽한 영상과 사운드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3시간이란 긴 러닝타임이 걱정되었지만, 단 1분도 딴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저는 고전에 관심이 많아 퇴직 후 다시 읽고 싶은 첫 번째 고전으로 <일리아스>를 택해 완독했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인  <오디세이아>의 스토리도 이미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포커스는 '놀란이 원작을 어떤 식으로 해석했을지', 그리고 '그가 고전을 통해 현재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저는 놀란을 단순히 영화감독이 아니라 깊이 있는 인문학자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리아스>를 읽었던 덕분에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전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며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명분 뒤의 욕망, 그리고 영웅의 성찰

 

영화의 완벽함은 이미 전 세계적인 흥행 기록으로도 입증되니 더 말할 필요 없어서, 저는 놀란 감독이 현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국제 정세와 리더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원작 신화 속 트로이 전쟁의 도화선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놀란 감독은 이를 표면적인 명분으로 규정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상 무역로를 장악하려는 패권 다툼으로 그렸습니다. 이는 명분 뒤에 숨겨진 자원과 통제권을 둘러싼 남미, 유럽, 중동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대 국제 정세의 냉혹한 단면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둘째, 원작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지략을 겸비한 영웅이자 다시 왕이 되는 인물로 묘사되지만, 놀란 감독은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그는 트로이 함락 과정에서 자행된 잔혹한 폭력성을 스스로 성찰하고, 귀향길에서 마주한 희생과 과오를 깊이 뉘우칩니다. 결국 왕좌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스스로 속죄의 길을 떠나는 결말은, 힘과 권력을 쥔 이들에게 진정한 책임이란 무엇인가를 묵직하게 묻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본 연극 '오이디푸스'와 같은 결말을 보여주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율이 느껴진 파격적인 캐스팅, 헬레네

무엇보다 제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서양 미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헬레네를 상처투성이 얼굴을 지닌 흑인 여성으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신화와 미의 기준마저 백인 중심으로 해석하여 우월의식을 가졌던 오래된 오만과 편견에 대한 놀란 감독의 철저한 반성이자 파격적인 시도로 느껴졌습니다. 서양 문화에서 헬레네가 가지는 절대적인 상징성을 생각할 때, 이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는 없을 것입니다. 작년에 다시 읽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최고의 지성인 파우스트가 영혼까지 팔아서라도 찾고자 했던 진리 탐구의 여정에서 왜 헬레네를 만나고 싶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불편했던 감정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운명, 선택, 그리고 삶에 대한 책임

최근 볼만한 영화가 없다고 투덜대곤 했습니다. 내용이 가볍고 자극적이라 느꼈고, 이는 사람들이 독서를 하지 않아 그런 영화만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던 제 편견을 반성했습니다.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성찰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막상 읽어보면 고전은 너무 어렵고 길어 정확한 메시지를 읽어내고 감동을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제대로 읽고 해석하며 현시대에 맞게 각색까지 할 수 있는 놀란 같은 감독이 만드는 영화라면,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도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영화의 주제 또한 지난번에 포스팅한 연극 <오이디푸스>와 동일하게 '운명, 선택, 그리고 책임'이었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어떤 운명이 주어졌든 그 과정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또한 그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태도야말로 주체적인 삶의 핵심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인간의 본질과 삶을 대하는 핵심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점검하고, 내가 선택한 일상에 책임을 다하며 단단하게 서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지향하는 '자립'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비 내리는 여름밤, 오랜 친구와 함께 고전의 깊은 향기를 느끼며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지나온 삶처럼 우리 노후의 삶 또한, 숱한 선택과 책임을 통해 더욱 성숙하고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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